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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유리방만 가득 수원역 집창촌, 60년 만에 뒤안길로

기사승인 2021.05.31  14: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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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달 1일부로 전업소 자진 폐업 소방도로공사 계기로 움직임 일어

"수년간 몸 담았던 이곳도 내일이면 '안녕'이네요. 내일부터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죠."

31일 오전 경기 수원시 매산로1가 수원역 맞은편 집창촌에서 만난 한 성매매 종사 여성은 이렇게 말하며 텅 빈 거리로 눈을 돌렸다.

2m가 채 안 되는 1차로 도로 양쪽으로 유리방 수십 곳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었지만 대부분 불이 꺼진 채 커튼에 가려져 있었다.

몇몇 업소 유리문에는 붉은 스프레이로 X자가 가득 그려져 있거나 '업종 변경'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해 삭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업소들 바로 옆에서는 3∼4m 높이의 공사용 천막이 쳐진 채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위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황량함을 더했다.

이날이 지나면 수원역 집창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60년대 수원역과 버스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던 고등동과 매산로1가에 매춘을 위한 판잣집이 하나씩 터를 잡으면서 집창촌으로 발전한 지 60여년 만이다.

지난달 수원역 집창촌 업주 모임인 '은하수 마을' 회원들은 전체 회의를 열고 이날까지 해당 부지 내 모든 업소를 자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시가 2019년 1월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을 신설, 올해 1월부터 집창촌 내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폐쇄 논의에 불이 붙었다.

주변 신설 아파트 주민들의 거듭된 민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이 일대 2만1천567㎡ 부지에는 110여 개 업소, 250여 명의 성매매 종사 여성이 있었지만, 줄줄이 폐업 절차를 거치며 이달 26일까지 남아있는 업소는 53곳, 종사자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

수원시의 오랜 흉물이었던 집창촌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수원시민 조모(20)씨는 "평소 집창촌을 지나서 걸어갈 일이 있으면 치안이 걱정되고 민망하기도 해 빙 돌아서 가고는 했는데 폐쇄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근처에 사는 나모(20)씨도 "집창촌 거리가 외관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사라진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집창촌 주변에서 종사자들과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를 이어오던 상인들은 우려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집창촌 바로 건너편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은 "집창촌 종사자들과 손님들 덕분에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내일부로 폐쇄된다고 하니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인근의 한 옷가게 사장도 "집창촌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폐쇄로 인해 인근 상권이 침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해 말까지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마무리하고 매입을 마친 일대 부지를 상업지구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또 기존 성매매 업소를 리모델링해 집창촌과 관련한 기록물을 전시하거나 공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주민 커뮤니티사업과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할 거점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자진 폐쇄에 동참한 업주와 성매매 종사자들에게는 주거비와 생계비, 업종 전환을 위한 학습비 등이 지원된다.

한편 경찰은 집창촌 폐쇄에 따라 관련 범죄가 오피스텔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로 유입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수원시가로정비추진단 관계자는 "집창촌 재개발 방식에 대해 관련 부서들이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창촌 때문에 생긴 어둡고 폐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역 집창촌 내 폐업 업소.

조종석 pointan2003@naver.com

<저작권자 © 자치경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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