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시각 으슥한 골목길에서 술에 취한 여성이 괴한에게 붙잡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경찰이 이를 축소 수사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2시 30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골목길에서 "괴한이 뒤에서 입을 틀어막고 끌어당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괴한의 습격에 거세게 저항하면서 넘어졌고, 괴한은 그 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한이 뒤에서 접근한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A씨는 범인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목소리를 통해 남성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겁에 질린 듯 A씨는 그 자리에서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집에 도착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사건을 출동 단계 중 최고 수준인 코드 제로(CODE 0)로 분류하고 관할 경찰서 강력팀을 급파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괴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강력팀은 별다른 근거 없이 강력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결국 이 사건은 상해 사건으로 분류돼 일반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가 담당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건 내용은 '술에 취한 여성을 누군가가 밀어 넘어뜨렸다'는 식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되자 경찰은 해당 강력팀을 다시 이 사건에 투입해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강력팀과 형사팀이 공조해 수사하고 있다"며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든 같은 형사 부서에서 진행하는 것이어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광주 서부경찰서. |
김삼선 pointan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