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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참사' 유가족 아픔 보듬은 경찰 가족들 "큰 위로됐다"

기사승인 2020.06.29  03: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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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남부청 피해자보호계, 50여일간 곁에서 심리적 안정 도와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열린 6월 20일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영정 속 아들의 얼굴을 힘없이 바라보던 백발의 한 어머니 옆으로 경기남부경찰청 피해자보호계 소속 '위기 개입 상담관'이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어머니는 울다 지쳐 바닥에 쓰러졌고, 상담관은 추모식이 끝날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위로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에서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수사와 별개로 유족들을 위해 심리, 경제, 의료, 법률 지원에 나서는 등 '피해자 보호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경기남부청은 남부청 소속 위기 개입 상담관(행정관) 4명과 관내 31개 경찰서에 배치된 피해자 보호 전담경찰관 등 49명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피해자 보호 전담 부서가 설치된 2015년 이후 최다 인원이 한꺼번에 투입됐다.

전담경찰관과 상담관들은 먼저 가족들의 '심신 안정'에 신경 썼다.

신체에 상처를 입었을 때 응급처치가 중요하듯, 가족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이들에게도 '심리적 응급처치'가 우선으로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잃은 가족들은 며칠 동안 오열을 멈추지 못했고, 일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피해자보호계 직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4월 29일부터 두 달 가까이 가족들 옆을 지키며 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고, 경황이 없는 이들을 대신해 각 기관에서 제공하는 지원 정보를 일일이 알아보는 등 세심하게 가족들을 챙겼다.

유족들을 물심양면 도우며 '라포르'(rapport·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한 결과 피해자보호계 직원들의 존재감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일부 희생자들의 신원이 파악조차 안 된 초창기 무렵, 유족들은 경찰 수사팀이 일방적으로 부검을 진행했다는 소식에 "희생자를 두 번 죽였다"며 크게 반발했다.

통상 부검은 가족의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수사 절차지만, 피해자보호계 직원들은 부검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 가족들을 한명씩 만나 부검 계획을 미리 알리지 못한 부분을 사과했다. 또 가족들 입장에 먼저 공감해주고 부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차분히 설득했다.

쉽사리 분노를 사그라뜨리지 않을 것 같던 유족들은 진정성 있는 설명에 "화부터 내서 미안하다"며 오히려 직원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화재로 시아버지를 잃은 한 며느리는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세심하게 챙겨줘서 늘 고맙다"며 "이천에 있는 동안 위로가 됐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담당 직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천 화재 사고를 계기로 대형 재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피해자 보호 지침'을 새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규모에 따른 투입 인원과 시기별 지원 방안 등을 구체화해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모여있으면 똑같은 실수라도 그 여파는 훨씬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대형 재난사고 발생 시 전담경찰관, 상담관의 개인 역량에 지원 업무를 맡기는 것보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게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피해자 지원(경제·심리 등) 활동은 2016년 1천888건에서 2019년 2천990건으로 3년 동안 58%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경찰청에 편성되는 범죄 피해자 보호 기금은 법무부(458억원), 여성가족부(313억원), 보건복지부(225억원) 등 다른 기관에 한참 못 미치는 13억원(1.3%)에 불과하다.

이 돈마저 전국 18개 지방청에 배분돼 각 지방청이 자체적으로 집행 가능한 예산은 극히 제한적이다.

경찰이 피해자 보호 기금을 직접 집행할 수 있는 항목은 강력범죄가 발생한 장소를 청소하거나 임시 숙소, 위치 확인 장치(스마트 워치)를 제공하는 데 한정됐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27일 "범죄나 사고로 다친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하려면 법무부에 신청하고 한두 달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며 "경찰이 이 비용을 직접 지급할 수 있다면 효율적인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경기남부청 피해자보호계 위기 개입 상담관

김태현 pointan2003@naver.com

<저작권자 © 자치경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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